랜섬웨어 감염 후 포렌식 분석으로 복호화 키를 확보한 실전 대응 사례
사이버 공격은 더 이상 특정 산업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랜섬웨어는 대기업,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병원, 교육기관까지 가리지 않고 공격합니다.
감염이 일어나면 대부분의 조직은 압도적인 혼란에 빠지며, 데이터를 되살릴 수 있을지조차 확신하지 못한 채 금전 요구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침착하고 정교한 디지털 포렌식 조사를 통해
복호화 키(Decrypt Key)를 직접 확보하며, 공격자와의 협상 없이도 데이터를 복원한 사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랜섬웨어에 감염된 한 제조업체가
전문 포렌식 분석을 통해 복호화 키를 찾아내고 전사 데이터를 복구한 사례를 소개하며,
실제 대응 절차와 조직적 변화까지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이는 기술적 성공 그 이상으로, 보안 문화의 전환점을 제공한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침입 경로 – 평범해 보였던 첨부파일, 위협의 시작
해당 사고는 평소와 다름없이 고객사로부터 수신된 이메일의 첨부파일을
직원이 열람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첨부된 ZIP 파일 내부에는 실행 파일(EXE)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메일 본문 역시 과거 거래 이력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꾸며져 있어 별다른 의심 없이 열람이 이뤄졌습니다.
이 실행 파일은 특정 보안 우회 기술이 포함된 변종 랜섬웨어로 확인되었으며,
악성코드 실행 직후에도 수 시간 동안 시스템상에서 아무런 이상 징후 없이 조용히 작동했습니다.
그 결과, 감염 사실은 전사 파일 서버 내 문서가 갑자기 열리지 않게 되면서 인지되었고,
직원들은 각 문서에 .cryptedlock 확장자가 붙고 열람이 불가능해진 상태에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곧이어 전사적으로 퍼진 랜섬노트에는 복호화 키를 받기 위해 비트코인으로 5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초기 대응 – 시스템 분리와 전문 포렌식 요청
침해 사실이 확인되자, IT팀은 모든 서버를 즉시 격리하고
내부망을 단계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이후 3시간 이내에 외부 디지털 포렌식 전문팀이 긴급 투입되었고,
전문가는 감염된 시스템을 종료하지 않은 채 메모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며 증거 보존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포렌식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현 상태 보존'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악성 프로세스가 생성한 복호화 키가 시스템 메모리 내에 임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전원 차단이나 재부팅은 결정적인 증거를 삭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는 시스템 전체 디스크 이미지를 복제하고, 메모리 덤프를 확보하며
추가적으로 방화벽 로그, 사용자 로그인 이력, 파일 접근 패턴 등을 수집해
공격자의 침투 경로와 내부 이동 흐름까지 역추적하는 절차를 밟았습니다.
분석과정 – 메모리 내 키 조각, 로그 속 흔적
해당 랜섬웨어는 흔히 알려진 오픈소스 계열이 아닌, 공격자가 직접 제작한 커스텀 악성코드로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기존 복호화 툴로는 해독이 불가능했으며, 수작업 분석을 통해 구조 자체를 파악해야 했습니다.
포렌식 팀은 메모리 덤프 분석을 통해 AES 암호화 세션 키 일부를 추출했고,
또한 임시 파일 경로에서 삭제되지 않은 키 값 조각들을 섹터 단위로 복원해
최종적으로 복호화에 필요한 마스터 키 전체를 조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로그 기반의 연관성 분석 기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공격자가 어떤 시점에 어떤 파일을 암호화했는지를 정밀히 추적함으로써,
랜섬웨어가 내부적으로 사용한 키 생성 알고리즘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SMTP 로그를 통해 공격자 서버와 통신했던 흔적도 발견되었으며,
이로 인해 공격자가 사용할 수 있었던 일부 명령어 실행 기록과 네트워크 기반 키 전송 흐름까지
다양한 경로에서 실마리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복구 성공 이후 – 보안 체계의 실질적 변화
복호화 키를 확보하고 나서, 해당 기업은 전사적으로 보안 체계를 재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단순한 복구 성공에 그치지 않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적 개편에 집중했습니다.
먼저, 이메일 첨부파일을 통해 악성코드가 유입된 점을 반영하여,
모든 메일 게이트웨이에 실행 파일 및 스크립트 파일 자동 차단 기능을 적용했습니다.
첨부파일을 열기 전 자동으로 검사하고, 의심스러운 형식은 격리하도록 정책을 수정했습니다.
또한, 기존의 백신 중심 보안 체계에서 벗어나
행위 기반 탐지(EDR) 시스템을 도입하여 실시간 비정상 행위 탐지와 대응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이는 침투 이후 이상 행위를 감지하는 데 있어 높은 효과를 보였습니다.
로그 분석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각 시스템에서 수집되는 로그를 통합 분석할 수 있도록 SIEM 기반 자동화 분석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과거 수동으로 처리하던 로그 비교 작업이 자동화되면서
보안팀의 분석 속도와 정밀도가 현저히 향상되었습니다.
더불어, 대응 역량 향상을 위해 모든 직원에게 연 2회의 보안 훈련을 의무화하고,
실제 랜섬웨어 공격 시나리오를 반영한 모의 훈련을 시행함으로써
보안 인식과 대응 숙련도를 함께 높였습니다.
이처럼 단발성 조치가 아닌, 전사적 구조 개편을 통해
해당 기업은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일시적인 반응이 아닌
조직 문화의 일부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디지털 포렌식은 기술 이전에 ‘사고 철학’이다
이 사례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 해결이 아닌, 조직이 위기를 대하는 철학과 태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포렌식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초기 판단 하나가 데이터 복구 여부를 좌우하게 됩니다.
랜섬웨어에 감염되었을 때 대부분의 조직은 패닉 상태에 빠지며, 시스템을 끄거나 재설치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그 1~2시간 안에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데이터는 사라질 수도, 복구될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포렌식은 이제 보안팀만의 기술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이해하고 준비해야 할 위기 대응 전략입니다.
복호화 키를 확보한 이 성공 사례처럼, 모든 기업이 위기 속에서 배움의 기회를 얻고
보안을 중심 전략으로 끌어올리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